탱자의일상

맞는사람 VS 괜찮은사람

알 수 없는 사용자 2018. 11. 15. 13:08



스쳐가는 썸(?)들은 있었으나 사랑이다..라고 할만큼 연애를 해본지는 오래된 것 같다. 어렸을 때의 이상형은 외모위주의 어떤 부분을 이야기 했다면 나이가 들고 나서의 이상형은 성격적인 부분을 정말 많이 본다는 것이다. 지금은 외모가 할 수 있는건 첫 인상 말고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키, 피부, 비율, 얼굴 모두 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를 때 시집가야 한다는 말이 정말 맞다고 느끼는 요즘.. 아무래도 이번생에 결혼이야기는 일기장에 쓸 수 없을 것 같다. 키도 외모도 나이도 보지 않는데 이성을 만나기가 더 힘들다.

사람은 고쳐쓰는 동물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정말 매몰차면서도 어느정도는 인정하게 되는 말이다. 나 조차도 변하는 부분은 있어도 죽어도 바뀌지 않는 부분이 있는걸 보면 누가 한 말인지 대단하신 분이다.

주변에서 나에게 소개팅을 해줄 때 보이는 것을 보진 않지만 눈이 높다라고 느껴서 인지 정말 괜찮은(?) 분들을 아주 엄격하게 선별하여 소개해준다. 나는 딱히 고집이 있지도 않고 가리는 음식도 없으며 여자치곤 업다운이 작아서 아주 수월한 여성인데도.. 혼자만의 생각인가 아무튼 소개팅을 하면 큰 키에 준수한 외모, 좋은 학벌, 무난한 성격, 안정적인 직업과 튼튼한 집안.. 도대체가 나랑 어울리지 않는 괜찮은 남성분들이 나온다. 내가 생각해도 나보다 훨씬 아까운 분들이다. 그러나 다 연애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유는 나는 괜찮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랑 잘 맞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커지지 않는 고질병이 있었다. 꼭 남자가 여자를 더 좋아해야 하고, 누구는 내가 더 좋아하는 사람이 좋고,  첫 눈에 느낌이 와야 한다던지 조금 더 오래 지켜보고 점점 좋아지면서 발전한다던지 뭐 각자만의 연애 스타일이 있겠지만 나는 나랑 잘 맞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게 잘생긴 외모에 돈많은 남자를 만나는 것보다 더 힘들지만 그래도 난 나랑 잘 맞는 사람이 좋다.

어렸을 때 미용관련 업종의 소규모 가게를 운영했었다. 불과 1~2년 전이지만, 스무살 초반부터 시작하다보니 또래 치고는 일찍 장사를 시작했고 지금은 정리했다. 낯가림이 없는 성격이기도 하고 늘 새로운 사람들과 마주 해야하다보니 처음 보는 사람과도 한 시간, 두시간 대화를 끌어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건 나한테 어려운 일은 아니였다. 이제는 습관처럼 만들어진 붙임성 좋은 내 성격은 소개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엔 정말 낯가림이 심하고 재미없지만 모든 조건이 괜찮(?)은 남성분을 소개받았다. 술을 한 잔도 못드시는 분이였는데 얼마나 분위기가 쑥쑥할까.. 그래도 화기애애한 나의 성격 덕분인지 두 세번의 만남이 무난하게 흘러갔다. 상대는 나에게 호감을 느꼈고 조금 더 만나보자고 얘기를 했으나 나는 거절했다. 키도 외모도 학벌도 집안도 빠지는 구석이 없는 남성분이지만 고작 나같은 백수에게 퇴짜를 맞았으니 얼마나 불쾌했을까.. 하지만 나와 맞는 구석은 단 하나도 없는 분과 나는 괜찮은 조건의 남성에게 전혀 호감을 느낄 수 없었다. 서로 통하는 부분이 없어서 맞는 성향이 없어서 같이 데이트를 하는 몇 시간동안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다음 할 말을 만들어가며 같이있는 동안 어색해 지지 않도록 짱구만 굴려댔으니 만남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너무 피곤해서 마음이 생길수가 없었다. 다음 만남을 하기 전날에는 무슨 얘기를 해야하나..생각하고 잠들어아 할 정도. 상대는 같이 있는 시간 동안 대화가 끊이지 않고 하하 호호 재미있었기에 서로 통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같이 있는 그 몇시간 동안 나의 엄청난 노력 이였을 뿐 우리는 사실 맞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어쩌면 그 분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 지 관심도 없었을 뿐 그냥 서로 이성이 필요해서 만난 소개팅이였고, '나'라서가 아니라 '소개팅 받은 여성'이라서 마음에 들었을 수도..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였지만 안구건조증도 심하고 시력이 나쁜 나는 영화보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가리는 음식은 없지만 한식을 좋아하는 나에 비해 눈뜨자마자 양식집만 찾아다는 남성이였고 차타고 오랜시간 다니는걸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멀리 드라이브가서 사진 찍는 감성이 있는 분은 너무 힘든 존재였다. 가끔 바다를 보며 낮술을 즐기는걸 좋아하는 나였고 그 분은 술을 한모금도 못드셨으니.. 어렸을 때 공부를 안했고 유학은 커녕 그럴 형편도 아닌 집안에서 자란 나는 해외유학파에 팝송을 즐기는 분이였는데, 보컬학원을 다니며 노래부르는게 취미인 나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팝송만 틀어대는 그 차안에서 나는 지옥이였다. 간지러운걸 싫어해서 몇 년의 오랜 연애를 하던 시절도 여보, 자기 한 적 없었는데 언제봤다고 나보고 귀여운 애기라는데?우웩.. 난 그 날 만남을 정리했다. 허허

보통 애인이 있는 친구들을 보면 맞지 않는 부분으로 매번 똑같은 싸움을 반복한다. 원래 연락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데 애인사이의 연락은 의무라고 우기다보니 거기서 싸우기도 하고 술을 못먹는 사람은 2차,3차를 이해를 못하니 3차까지 술을 먹은 사람과 그 이유로 싸우기도 한다. 이성친구의 존재를 이해하지 못해서 서로 싸우기도 하고 그렇게 죽도록 싸우고 상처받고, 맞춰간다라고 착각하며 맞지도 않는 사람과 사랑한다는 이유로 싸워가며 참아가며 오래도록 연애를 끌고간다. 물론 100% 내 마음에 쏙 드는 이성은 없지만 나는 안맞는건 죽어도 안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 하나가 싸움을 피하기 위해 참을 뿐, 금연도 끊는게 아니라 참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냥 참는 것 같다. 난 인내심이 깊지 않아서 참는걸 잘 못하나보다.

같이 있는 시간동안 서로 맞는 구석이 없고 공통점이 없는 사람과 끌어갈 대화가 없다는 건 싫은 직장동료를 매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힘겨움이다. 누가 보기에도 모자랄 것 없는 이 분이지만 괜찮은 사람이라고 해서 나에게 맞는 사람은 아니라는걸 절실히 깨닫게 해주었던 만남이였다. 나는 괜찮은 이성보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이 더 좋다. 그냥 성격 좋고 괜찮은 소개팅에 나온 여성이여서 마음에 드는게 아니라 요리하는걸 좋아하고 노래부르는 걸 좋아하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좋다. 비싼 위스키에 이름 모를 와인을 마시며 나의 마음을 사려는 것 보다 바다를 보며 같이 조개 굽고 편하게 소주 먹는 것을 더 좋아하는 그런 나의 감성을 알아주는 사람이 더 좋다. 슬픈 발라드를 부르며 잔잔한 노래에 같이 심취해 같이 흥얼 거려주는 사람이 더 좋다. 나는 남들이 얘기하는 괜찮은 사람보다 나랑 잘 맞는 사람이 더 좋다.